[9 Feb 2018] 영화 부당거래에서 찾는 법률 1편

영화 부당거래는 거의 주기적으로 본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자주봐서 사실상 대사를 다 외울지경이다. 그 주기가 다시 돌아왔는지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되었다.

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영화 속 장면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에서 처음은 주 양 서울중앙지방검사와 김 양수 태경그룹 회장이 검찰청 취조실에서 대면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분명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김 회장은 탈세관련 혐의로 인해 최철기 광역수사대 팀장에 의해 구속되었고, 김 회장에게 스폰을 받는 주 검사는 그의 범죄사실을 약식명령을 통해 일단락해주었다.

약식명령은 통상 이루어지는 공판절차 (공소가 제기된 사건을 법원이 심리, 재판하고 당사자가 변론을 행하는 등의 절차) 를 거치지 않고, 벌금과 같은 재산형 (형사소송법 제448조)를 선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청구는 공소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이루어지며 (제448, 449조), 청구권자는 검사로 한정된다 (제449조). 청구권자는 이 명령에 필요한 증거를 제출해야한다 (형사소송규칙 170조).

따라서, 영화가 현실이라면, 주 검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에게 김 회장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포함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했을 것이다.

조세범 처벌법에 의한 범죄, 그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혐의자의 혐의가 빈번하거나 재발할 것이 예상되어 가중 처벌될 수 있는 조세포탈과 같은 범죄는 양형기준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2배 이하이고 포탈세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로 가중된다. 즉, 징역형 또는 재산형 처벌이 가능한 피고의 행위에 대해 검사가 약식명령청구를 한다면, 오직 해당 양형 기준에 맞는 재산형에 대한 기소만 가능하다.

그러나 다소 의문이 드는 점은, 왜 주 검사는 약식기소를 했는지이다. 약식명령은 절차가 간소화된 판결일 뿐, 법원이 피고의 혐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통상 재판에서 받는 벌금형과 결론적인 차이는 없다. 즉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에 따라 약식명령에 의한 벌금형도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 (벌금을 모두 납부한 날) 로 부터 2년 간 그 형은 실효된다 (즉 전과가 남는다). 따라서 애초에 김 회장의 사건을 담당하고 완전한 처분권이 있는 주 검사는 약식명령을 청구하여 전과기록을 남기고 벌금을 내게 하는 것보다, 기소유예를 통해 깔끔하게 종결을 하는 것이 둘 사이의 부당한 관계와 주 검사의 부패함을 더욱더 강조할 수 있는 영화적 표현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 또 드는 생각인데, 영화 초반에 언론의 조명을 받을 만큼 김 회장의 구속이 심도있게 다뤄진 걸 생각해보면 주 검사의 약식명령은 통상적인 공판과 기소유예 사이에서 타협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현실에서 김 회장 정도의 인물 (서울에 30층 이상 빌딩 건설권 입찰이 가능할 규모의 법인대표) 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의 범죄라면, 공소 자체를 하지 않기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법적 내용을 포함하는 장면들이 많지만, 시간이 날때 차근차근 정리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