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나는 깨달았다. 운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노력하지 않았기에 실력은 당연히 없다는 것을. 여태껏 타고난 척만 했을 뿐 타고난 건 없다는 것을. 자신 있는 척하며, 자만하며 살았다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될 것이라 믿어왔다. 그 믿음의 근거가 없음에도 나는 믿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왔다. 오늘이 실패인 걸 알면서 다음을 기대해왔다. 오늘의 결과와 다음의 결과에 투입된 노력의 차이는 없음에도 착각해왔다.
나는 자책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지려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데, 다음을 위해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려는 것 같이. 내가 못한 걸 알면서 내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 것 같이. 실패한 나를 알아야 하는데, 실패한 나를 설명하려 하는 것 같이.
분명 성장하지 않았다. 성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성장할 이유는 아직까진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진’이란 단어를 쓰며 말하는 걸 보면, 나는 확실하게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까지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분명 없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어떤 강한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나는 포기할 수가 없다. 실패와 무관하게 나는 포기할 기회가 없는 그런 상황이다. 이제는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해놓은 게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사실은 겉이 번지르르한 것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나는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