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적으로 문제 20개 당 5개 내외의 오답을 기록해오다가 어제 14개를 틀렸다.
그냥 평소같이 풀다가 그렇게 틀렸다면, 문제가 다소 어려웠다던가 대수롭지않게 넘어갔겠지만, 최근에, 특히 어제 그 당시 만큼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그리고 문제풀이과정에서도 평소와 다르게 막힘이 없었던 기분이었기때문에, 결과에 대한 상실감은 더욱 컸었던 것같다. 그리고 오늘 점심 직후 문제를 보았으나 읽히지 않았다.
평범한 시험준비생들이 겪는 단기적 우울감같은 것이겠지만, 그리고 모두가 그 순간에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겠지만, 지금 현 상태로선 좌절감은 아주 크다. 난생 처음 술을 사와 혼자 마셨다. 그리고 난생 처음 술에 취한 상태로 무언가를 쓰고있다. 이것들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감정에서 비롯된 행동이리라 분명 확신할 수있다.
모든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며 특수하지 않은 것임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내 일상에서 일반적이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으며, 특수한 감정에 얽매이고 있을까. 단순히 신세한탄에 불과하지만, 왜 진보하지 않는가, 아니 어떻게 진보할 수있는가. 에 대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은 나의 무력감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아무런 학습적 행위를 하지않았다.
철없이 감정에 휩싸여 건설적인 생각에 대해 회의적이고 결국 포기하기까지하는 그런 짓은 이미 영국에 오기 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한 19살부터 영국에 오기 전의 해인 23살까지의 중요한 시간들을 버렸다. 영국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그런 감정과 생각 그리고 행동은 본능적으로 거부하였고 그럴 만한 계기 또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 영국에서의 삶이 5개월 남짓 남은 오늘의 이 시점에서 5년 전에 정지되었던 감정과 생각이 솟아오를 것같은 증오스러운 기분과 그것들이 내가 증오하는 행동으로 전환될 것같은 증오스러운 예감이 든다.
분명 재미는 있다. 내가 하는 모든 내용과 방향성이 정말이지 늦게 시작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는다. 다만, 재능이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분명히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소망한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타고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노력해야하는 수밖에 없다는 굴욕적인 생각 또한 든다.
일단, 내가 할 수있는 것은 내일 오전 중 운동을 마치고, 문제를 출력해서 차근차근 풀어보고 차근차근 정리해보고 차근차근 준비한 읽을거리를 정리하는 것을 제외하곤 건설적인 내용이 없다.
오늘 즉흥적으로 우울한 마음에 아이슬란드에 가는 비행기를 다가오는 생일에 맞춰 예매했다. 이는 어렸을 적 지구본보기를 좋아하고, 고등학교 다닐 땐 구글어스에 빠져, 항상 아이슬란드에 대한 로망을 갖던 나로서는 큰 생일선물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제 오늘 무계획의 원인이었던 그 많은 수의 오답은, 문제가 쓰레기였다고 결론짓고 아이슬란드에 가기 전까지 다시 재밌게 시작해야겠다.